(지리상) 가깝고도 (그것 빼고는 거의 다) 먼 일본에서 여자이자 이방인이자 아르바이트 노동자인 인찬은 자신의 약자성, 타자성, 소수자성을 느끼며 “성욕만 왕성하고 미래는 뒷전이고 향상심은 이제 거의 깜부기불같”은 하루하루를 보낸다. 종종 오키나와 사람을 보며 홀로 동질감을 느꼈다가 서운해하고, 베트남인에게 한국 정부의 학살을 사과하면서 “있는 힘껏 한국인이” 될 때도 있다. 낯선 타지에서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혹은 좋은 사람이 무엇인지 몰라서 인찬은 끊임없이 말을 걸고, 말을 듣는다. 하지만 그런 인찬에게 돌아오는 말이 다정하고 친절한 건 아니다. “인찬씨가 하는 말을 나로서는 좀 못 알아듣겠는걸.” “인찬은 아마 이제까지 뭘 해도 용서받았을 거야.” 낯설고 불안정한 곳에서는 내가 더더욱 ‘나’로 느껴진다. 내가 어떠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나와 다른 사람들을 보며 피부로 느껴야 한다. 이곳에서 자신은 보다 약하고, 소수자이자, 타자에 속한다. 멀고도 가까운 나라에서 또렷이 자신을 만난 인찬은 이 시간을 만화로 그리자고 결심한다.